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겠지만, 저도 마음이 아주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아팠던 시기가 있어요. 사실 지금도 제 마음이 그렇게 건강하진 않은 것 같지만요. 그런 시기에는 배가 고파도 먹고 싶은 게 없고 맛있는 걸 먹어도 그 즐거움이 얼마 가지 않더라구요.
저는 요리를 좋아하고 맛있는 걸 먹는 건 더 좋아하지만 정말 지쳐버린 순간에는 많은 걸 포기해버렸었어요. 알람 없이도 매일 아침 6시면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몸인데도 일어나지 못한 이번 겨울 어느 날 갑자기 먹고 싶어진 게 있었어요. 진한 닭 육수로 끓인 양파 수프. 치즈도 대빵 많이 넣고, 크러시드 페퍼도 넣고, 바삭 X, 빠삭한 마늘빵이랑 같이 먹을 그 수프. 혼자 만들어 먹고 혼자 즐기기엔 너무 아까운, 사랑 없이는 못 만드는 그 수프. 근데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오리지널 치킨 스톡은 못 하겠고 진짜 빨리 만들어서 후후 불면서 먹을 그 수프. 그래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정성은 넣고 싶은 수프.
그렇게 양파 수프를 끓여 먹은 날이 있었어요. 푹 자고 나서, 그날 저녁은 더 맛있는 게 먹고 싶어졌어요. 술도 먹고 싶었구요. 그렇게 라따뚜이와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끓여 먹었던 아팠던 어느 날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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