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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s Daily/Rose Checkpoint

순대가 들었으니 순대국은 맞는데... 달라, 그리고 맛있어 : 여의도 화목순대국

by but_poor 2022. 9. 25.
재방문 의사 O 주차 O(쉽지 않지만 가능)
주방 안보임 BlueRibbon Survey 등재
위생 보통 Michelin Guide X
Private Room X 소주 O

 

여의도 음식은 비싸기만 하고 불편한데 맛은 그저 그렇다는 말들이 있어요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여의도에서 일하시는 분이 아니면 평일 점심엔 가지 마세요. 저도 안가요. 밥먹기 힘들어요.

여의도에서 점심을 드시려면 주말에 가세요. 평일은 밤에 술한잔 하러 가시면 되고 아침에 여는 식당은 아침을 드시러 가보세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없고 고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인만큼 음식에 만큼은 진심인 사람들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화목순대국에 이번에 처음가봤어요. KBS 옆에 있다보니 방송국 사람들이나 연예인들이 급하게 먹고 가거나 포장해가서 먹던 곳이었고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언급하면서 유명세를 탄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어요.

 

평일 점심엔 여의도 어디든 웨이팅이 있는만큼 여기도 웨이팅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안갔었고,

주말에 주변을 지나다가 보이면 항상 건물 밖까지 늘어선 대기줄을 보고 갈 생각을 접었었죠.

 

낮술 한 잔 하러 갈까 생각이 들다가도 세시 반부턴 브레이킹타임이라 해서 생각 접게 되고...

 

그러다가 금요일에 밤새도록 술을 먹고 토요일 해가 중천에 떴을 때 간신히 일어난 어느날

물 먹기도 힘들만큼 숙취가 심했던 날

 

그냥 연구실이나 가자. 가는 길에 커피나 한 잔 사가자. 하고 샛강역 옆 골목으로 들어갔어요. 주말엔 여의도 골목골목 도로가에 차 댈 여유가 제법 있어요.

골목에 들어가던 당시 시간 14시 30분

도로 가에 차를 대고 차 문을 열었을 때 14시 33분

고소하고 진한 수프 냄새를 느낀 시간 14시 34분

밥 먹고가자 이건 먹을 수 있겠다 느낀 시간 14시 34분 12초

 

간판을 보니 화목순대국.

 

 

밖에서 봤을 땐 줄이 없었으나...

 

 

아니나 다를까 줄이 있었어요.

 

그런데 내 상태는 완전 메롱. 아마 같이 줄서있던 사람들도 술냄새 느끼셨을 듯...

 

포기하고 그냥 가던 길 갈까 하다가 헛구역질 날 것 같고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 게다가 냄새가 너무 좋아!!

 

지금까지 봤던 화목순대국 웨이팅 중에 가장 적은 웨이팅이라는 생각에 조금만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참고 기다려보자...

 

 

기다리면서 바라본 바깥 풍경... 저기 상아김밥 맛있어요. 키토김밥 강추... 자만추 만두는 1인분 시키면 제 기준에서도 부족... 2인분은 사셔야... 저 약국 오른쪽에 제 단골 카페 Grey Espresso가 있어요. 원두 옵션 있고 캡슐도 팔아요. 아아 3처넌...♥

 

짧은 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수가 적고 국밥 특성상 회전이 아주 빠르진 않아서... 30분 정도 기다리고 들어갔어요

 

 

이때 제 상태 진짜 사망 직전. 주말 낮에 밥먹으러 가서 밥집에다 토할지도 모르는 그런 심각한 상황ㅜㅜㅜ 미친년되기 일보직전

 

그런데 띠용

 

재밌는 게 보이더라고요ㅋㅋ

 

요 요 내장탕 창문이랑 순대국 창문 사이로 음식이 나와요!!ㅋㅋㅋ 저 사이가 주방과 홀의 창구인가봐요

 

저 창구 앞에 사다리도 있어요 저리로 오르내리나봐요

 

1.5층 같은 식당?? 처음 보는 구조...는 아닌 것 같아요 여의도에 이런데가 또 어디 있었었던듯...

 

사다리.. ㅎㅎ

 

주방 밑에도 테이블이 있어요ㅎㅎ

 

앉으면 안불편하지만 서빙하시는 분께서는 허리를 숙이고 일하셔야 하더라구요ㅜㅜㅎ

어항도 있음... 물고기도 있음...

혼란스럽지만 개성넘치는 분위기...

 

 

메뉴판 멍청하게 찍어서 죄송해요ㅜㅜ

하지만 일어나서 찍을 힘이 없었음..ㅜㅜ

 

손님들을 피해 찍은 가게 내부의 또다른 전경...

 

순대국 하나 시키고 대기... 사장님이 근데 저를 알아보시곤 '어머 오랜만에 오셧네. 우리집 자주 왔었죠?' 라고 하셨어요

 

얼떨결에 네네 했는데 사실 처음... 그치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고 오히려 그냥 친근하게 느껴져서 괜히 쑥스럽고 좋았음..ㅎ

 

 

화목순대국의 시그니처라고 하는 몽당이 파와 집된장

 

물한컵 벌컥벌컥 먹고 깍두기 하나, 된장 찍은 파 하나 오물오물... 맛있당... 헤헤

 

뭐라도 먹으니 오히려 속이 좀 진정되는 느낌

 

 

토렴한 밥이 뚝배기 안에 말아진 채로 들어가 있고 숟가락이 담겨 나왔어용

 

국물 한스푼 후루룩

 

와... 맛있다... 진짜... 진짜진짜 맛있다... 해장으로 너를 만나 진정으로 행복하다...

 

간이 되어 있긴 한데 아주 슴슴해요, 후추 솔솔 하고 새우젓 한젓가락 집어서 국밥안에 톡톡

 

내장 하나 국물이랑 같이 떠서 후루룩 오물오물...

 

여기서 뭔가 이상하다 느낌

 

 

이제부터 제가 화목순대국에서 느낀 점을 말씀드릴게요

 

  1. 곱창이... 싸구려 곱창볶음이나 싸구려 순대국에 들어있는 그 빳빳뻣뻣한 그런 질긴 내장이 아니에요. 완전히 달라요. 이런 곱창은 진짜 거의 먹어본 적이 없어요. 전혀 질기지 않고 야들야들한데 곱창에서 나는 그 고소하고 진한 맛이 정말 깜짝 놀랄 정도
  2. 국밥에서 누린내, 잡내가 조금 나긴 난다는 포스팅들으 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는 거일수도 있겠지만 이건 누린내 잡내랑은 다른 향이에요. 한 번이라도 돼지 내장 손질 직접 해보신 분들은 아실거에요. 솔질 잘 못한 돼지 곱창에서 나는 잡내는 진짜 역한 잡내에요. 이건 곱창하고 피순대에서 날법한 고기 본연의 향이에요. 이것조차 역하신 분들은 그냥 돼지 부속은 드시지 마셔야 할 듯. 화목순대국의 식재료 신선도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3. 순대가 4덩이 들어 있어요. 이 순대가. 저는 피순대를 썩 좋아하진 않는데 워낙 허접한 피순대들을 많이 먹어서 편견이 생긴거거든요. 잘 만들고 잘 삶은 피순대는 진짜 좋아하지만... 그닥 만나보기 힘들었는데. 화목순대국 순대 극찬합니다. 세상에. 순대만 먹으러 올 의사 있음. 술마시러 올 의사 있음. 진짜 순대 꼭꼭 꼭 넣어 드세요. 절대 빼지 마세요.
  4. 육수가..! 전국구급 순대국 집들 육수랑 비교했을 때 닮은 구석은 뼈를 곤 국이라는 거 말고는 없어요. 병천스타일 아니고 백암스타일 아니고 이북스타일 아니고 일본식 돈코츠 수프 스타일 아니고 돼지국밥 스타일 아니고 제주식 고기국수 육수  스타일 아님. 그냥 다른 수프. 제가 이날 진짜 상태가 안좋아서 원산지 표시를 못봤는데 솔직히 어떻게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짐작이 안가요. 소사골 100%는 아닌 것 같아요. 뭔가 믹스가 있을 것 같은데... 저런 맛있는 곱창과 순대를 삶은 육수를 섞었을까? 진짜 혀에 촤악촤악촤악 감기는 감칠맛 끝장나는 사골베이스 육수인데 그런 감칠맛에 비해 무지막지하게 진한 스타일이 아니라 살랑살랑한 터치감이 느껴지는 가벼운 느낌. 진짜 미친 밸런스의 해장 최적화 수프였어요.
  5. 제 기준에서 토렴 국내 최강은 전주왱이콩나물국밥이에요. 근데 여기 토렴... 탑티어입니다. 국은 뜨겁지 않고 적당히 따뜻하게 나오고 밥은 육수를 딱 좋게 머금었는데 씹는맛 딱좋게 품었고 알알이 살아있어 기름코팅한거 아닌가 느껴질 정도.

진짜 처음 맛보는 곱창. 이렇게 맛있는 곱창은 처음이에요

 

 

제가 이렇게 극찬하는 식당은 많지 않아요.

 

진짜 손에 꼽을 정도에요.

 

저는 전국 탑티어 순대국집 다 다녀봤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어디든 다 좋아해요

 

그 중 최고로 치는 곳은 천안 병천시장의 순대국 골목에 있는 빨간 간판 병천순대집인데 아시는 분은 아실거에요

 

거기 제법 향이 강해서 호불호 갈려요. 제 스타일 제 기준이에요.

 

그냥 무난하게 갈만한 탑티어는 신대방동에 있는 서일순대국이에요.

 

백암으로 가면 낮이건 저녁이건 아침이건 무조건 소주 시켜요. 건더기 건져가며 소주한잔하고 딱 밥을 반공기까지만 먹습니당. 국만 남으면 남은 밥 말아서 깍국 두세스푼 넣고 훌훌 먹으면 그것도 최고여요

 

아뇨. 이었어요.

 

 

이제 제 기준 전국 탑티어에 화목순대국도 포함할래요ㅎㅎ

 

담에 멀쩡할 때 한 번 더 가보고 제 마음속의 순위를 재정립해보려고요

 

 

가보세요. 웨이팅이 싫다면 평일 저녁이나 주말 아침에 가보세요. 포장도 되더라고요. 저는 포장은 비추지만. 여튼.

 

 

장미가 추천해요. 화목순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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