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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s Daily/밍숭맹숭 레시피

밍숭맹숭 레시피 - 2월 편: 굴밥과 삼치 조림

by but_poor 2022. 1. 30.

  밍숭맹숭 레시피 2월 편은 겨울에 특히 맛있는 제철 해산물인 굴과 삼치로 한 굴밥삼치 조림이에요.

 

  통통한 굴은 깨끗이 씻고 초장에 찍어 회로 먹어도 맛있지만 저는 밥에 지을 때 같이 넣어 만드는 굴밥을 특히 좋아해요. 가끔 쓸쓸한 마음이 드는 날 서해안으로 겨울 바다 보러 훌쩍 떠날 때가 있는데요. 서해안에 도착하면 바다가 보이기도 전부터 영양굴밥 전문점들이 눈에 띄어요.

 

  허기져서 차에서 내리면 차가워도 반가운 바닷바람, 물씬 풍겨오는 바다 냄새, 귀여운 말린 망둥어나 탐스러운 반건조 우럭이 건어물 가게들, 해풍 맞고 자랐다고 하는 실한 고구마와 푸릇한 시금치들이 , 바다에 다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식당에 들어서면 습하지만 맛있는 공기가 저의 식욕을 한껏 돋우고,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려고 하면 유리창에도 뿌연 김이 서려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다른 테이블의 가족 손님 중에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큰 애는 벌써 밥을 다 먹고 엄마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있고 작은 애는 아직도 오물오물 무언가를 맛있게 먹고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아빠가 발라 준 잘 익은 촉촉한 생선 살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겠죠.

 

  식당 아주머니께서 저기서 물과 물수건을 가지고 오실 때쯤, 고개를 돌려 차림표를 보면 제일 위에는 영양굴밥이 있고 그다음에는 굴국밥 같은 게 있고 조금 더 내려오면 생선조림이라던가 우럭젓국이라던가 간재미무침이라던가 해물파전 같은 요리들이 적혀 있겠지요. 주류를 보면 아마도 일부 메뉴는 가려져 있거나 지워져 있을 거예요. 아마도 잘 안 팔렸겠죠.

 

  숨을 한껏 크게 들이쉬고 아마 저는 아주머니께 이렇게 말할 거예요.

 

  “굴밥이랑 조림 하나씩 해주세요. 막걸리도요.”

 

  밥 먹고 한참을 바다 구경하고, 고구마랑 반건조 우럭도 사고, 손이 시릴 때쯤, 커피도 한 잔 마시고 하늘이 회색빛이 스며들 때 다시 길을 나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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